[임인플] 세상에 나와도 무섭지 않도록: 고립의 경험을 사회적 가치로 번역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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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을 이해한 사람들이 만드는, 덜 무서운 세상 “사람들이 왜 방 밖으로 나오지 못할까?” ‘안무서운회사’의 시작은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우리 회사는 은둔을 경험한 대표와 직원들이 함께 만든 조직이다. 나는 사실 직접 은둔을 경험한 당사자는 아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고립감과 불안 속에서 성장하며, 세상이 늘 두렵고 버겁게 느껴졌다. 그래서인

고립을 이해한 사람들이 만드는, 덜 무서운 세상

“사람들이 왜 방 밖으로 나오지 못할까?” 

‘안무서운회사’의 시작은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우리 회사는 은둔을 경험한 대표와 직원들이 함께 만든 조직이다. 나는 사실 직접 은둔을 경험한 당사자는 아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고립감과 불안 속에서 성장하며, 세상이 늘 두렵고 버겁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방 문 뒤에 숨어 살아가는 청년들의 마음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고, 이 문제를 꼭 함께 해결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초기 창업 멤버로 합류했다.

현재 안무서운회사에서 나를 제외한 모든 직원은 실제 은둔 경험자다. 어쩌면 나는 유일한 비당사자이지만, 그렇기에 더 가까이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힘든 청년들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함께 일하면서 깨달았다. 고립과 은둔은 단순히 게으름이나 사회성 부족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방 밖으로 한 걸음 나서는 일이 하루를 버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고,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기에도 큰 용기가 필요했다. 

우리는 고립·은둔 청년들을 직접 만나고, 설득하고, 함께 살아보고, 이야기하며, 일해왔다.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은둔 이후의 삶’을 고민하게 됐다. 단순히 방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처: 안무서운회사 홈페이지)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은 단순한 사회 복귀가 아니다.

고립의 시간을 실패나 공백으로 남겨두지 않고, 그 경험이 누군가를 깊이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힘이 되도록 만드는 것. 그리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조금은 덜 무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말 그대로, 우리는 ‘안 무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그래서 안무서운회사는 공동생활 프로그램을 비롯해 일경험과 직무교육, 가족 코칭,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고립을 먼저 경험한 청년들이 또 다른 고립·은둔 청년들을 돕는 ‘은둔고수’ 활동은 우리 조직의 핵심 프로그램 중 하나다.

(출처: 안무서운회사 제공 / 안무서운회사 직원들, 공동생활 그라운드룰 회의)

우리조직의 가장 큰 특징은 구성원 대부분이 실제 고립 은둔 경험자라는 점이다. 우리는 책이나 논문으로만 고립을 배운 사람들이 아니다. 연락을 끊고 방 안에 숨어 지내본 경험, 세상이 너무 버거워 사람을 피하며 살아본 시간을 직접 지나온 이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말이 상처가 되는지, 어떤 관계의 방식이 부담스럽지 않은지를 현장에서 몸으로 이해하고 있다.

눈앞의 변화, 그러나 설명하기 어려운 가치

솔직히 안무서운 회사를 시작할 때, 처음부터 ‘사회적 가치’를 고민하며 시작한것은 아니다. 그저 눈앞의 한 사람을 살리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였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집 밖으로 나온 청년이 있었고, 공동생활을 하며 처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어본 청년도 있었다. 또 어떤 이는 “내 경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네요”라고 말하며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꺼내 보였다. 우리는 그런 순간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분명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고민이 있었다.

“우리는 분명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왜 계속 존재 이유를 설명해야 할까?”

“왜 사람들은 이 일을 그저 개인의 착한 일 정도로만 바라볼까?”

“좋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면 안 되는 걸까?”

“이 힘들고 오래 걸리는 일을 대체 누가 계속 지원해 줄 수 있을까?”

특히 고립·은둔 청년 지원은 숫자로 설명하기가 매우 어려운 분야였다. 누군가가 다시 타인과 눈을 맞추게 된 변화, 무너졌던 생활 리듬을 회복한 과정, 처음으로 작은 역할 하나를 끝까지 해낸 경험은 현장에서는 분명 큰 변화였다.하지만 그런 변화들은 밖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았다. 취업이나 창업처럼 곧바로 성과로 드러나지 않는 개인의 회복과 변화는 사회에서 좀처럼 성과로 인정받지 못했다.

SPC와의 만남, 사회적 가치를 설명하는 법

그런 고민이 깊어지던 시기에 우리는 SPC(사회성과인센티브)를 만나게 됐다. 처음에는 단순한 지원사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SPC와 함께 우리의 활동을 돌아보고 사회적 가치를 정리하고 측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가 해온 일들을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 우리가 만들어낸 변화들은 단지 ‘좋은 일’이 아니라, 사회가 반드시 필요로 하는 중요한 가치라는 사실을 조금씩 언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출처: 안무서운회사 홈페이지)

한 명의 청년이 다시 사회와 연결되는 것은 어떤 사회적 의미를 가지는가.

‘회복’이라는 과정을 사회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때 처음으로 이런 질문들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사람의 회복은 엑셀 숫자처럼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청년에게는 프로그램에 신청한 것만으로도 이미 큰 변화의 시작이었고, 또 어떤 청년은 몇 달 동안 아무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의 문을 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업은 꼭 필요했다. 사회적 가치는 결국 사회의 이해와 지지 속에서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이 일이 필요한지, 왜 사회적으로 중요한지를 끊임없이 설명해야만 더 많은 사람과 기관이 함께할 수 있다.

SPC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정리하는 과정은 단순히 숫자를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가 현장에서 체감해온 변화들을 사회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바라보던 작은 변화들이 사실은 매우 큰 사회적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 사람이 다시 사회와 연결되는 일, 고립 상태에 있던 누군가가 다시 관계 안으로 돌아오는 일, 회복한 당사자가 또 다른 사람을 돕는 존재로 성장하는 일. 그것은 단순히 개인 한 명의 문제가 해결되는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의 건강함과 연결되는 변화였다.

(출처: 안무서운회사 제공 / 안무서운회사 공동생활 그라운드룰 회의)

사회적 가치로 만드는 안무서운 세상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사회적 가치를 완벽하게 측정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여전히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변화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분명히 알고 있다. 단순히 좋은 일을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그 가치가 사회 안에서 제대로 이해되고, 공감받고, 지지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앞으로도 안무서운회사는 숫자로 설명할 수 있는 변화는 데이터로 증명하고, 숫자로 담기 어려운 변화는 이야기와 콘텐츠로 해가려 한다. 연구와 현장, 데이터와 사람의 이야기를 연결하며 우리가 만들어가는 변화를 사회와 함께 나누고 싶다.

(출처: 안무서운회사 제공 / 2026 은둔고수 드래프트 행사)

우리는 고립과 은둔의 경험이 숨겨야 할 실패가 아니라고 믿는다. 오히려 그 시간은 누군가를 가장 깊이 이해하고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누구나 삶의 어느 순간에 고립과 은둔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고립과 은둔은 특별한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과 연결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회가 그 가능성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이해해줄 때, 더 많은 청년들은 조금 덜 두려운 마음으로 다시 세상과 연결될 용기를 낼 수 있다.

우리는 그 용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누군가에게 세상이 조금은 덜 무섭게 느껴질 수 있도록, 오늘도 ‘안 무서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안무서운회사 이사(창업 멤버) 전하림

* 안무서운회사 홈페이지 https://notsc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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