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기업을 운영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10년 동안 회사를 유지한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이 10년 이상 생존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사회문제 해결과 수익 창출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이라면 그 여정은 더욱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복잡한 감정이 함께 느껴집니다. 10년 동안 회사를 지켜냈지만, 정작 우리가 해결하고자 했던 사회문제는 여전히 우리 앞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지금도 외출을 앞두고 많은 고민을 합니다. 그분들을 돌보는 가족이나 활동지원사에게는 현관문 밖으로 나서는 일이 하루의 가장 큰 숙제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런 현실 앞에서 '10년'이라는 숫자는 앞으로 감당해야 할 책임의 무게로 다가옵니다.

우리가 ‘이동권’이라는 사회문제를 선택한 이유
리베라빗은 지난 10년 동안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높이는 일을 해왔습니다. 수동휠체어 전동보조키트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한편, 훈련된 시니어 인력을 배치해 이동을 지원하는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누구나 원하는 곳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동은 단순히 장소를 옮기는 일이 아닙니다. 새로운 가능성을 만나고 삶의 기회를 넓히는 과정입니다. 병원으로 향하는 길이고,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이며, 일터로 향하는 길입니다. 누군가에게 이동은 관계를 이어가는 일이고, 일상을 유지하는 일이며, 삶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동권을 단순한 교통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가능성을 연결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성장이 곧 더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길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회사를 이어왔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직원들과 함께 버텨왔고, 고객들과의 신뢰를 쌓아왔으며, 사회적 가치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동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회사를 지속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우리가 해결하고자 했던 사회문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회적기업일수록 성장에 더욱 과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더 큰 조직이 되어야 하고, 더 빠르게 성장해야 합니다. 사회적기업의 성장은 결국 더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느낍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10년은 성공담이라기보다 후회와 반성, 이른바 ‘이불킥’로 가득찬 일기장에 더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도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었던 데에는 SPC의 역할이 컸습니다.

SPC는 우리를 숫자로 성장하게 만들었습니다.
SPC(사회성과인센티브)는 사회성과를 화폐가치로 측정하고, 그 결과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참여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객관적인 지표로 확인하고, 이를 지속적인 성장의 동력으로 삼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SPC에 참여하기 전까지 우리가 체감한 사회성과는 고객의 감사 인사나 현장의 감동적인 이야기였습니다. 구성원들에게는 분명 큰 보람과 동기부여가 되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조직 전체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SPC는 ‘얼마나 많은 삶이 변화했는가’를 묻고 변화를 데이터와 수치로 확인하도록 했습니다. 사회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데이터를 모으고, 고객의 변화를 기록하고, 우리의 활동이 실제 어떤 영향을 만들었는지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도 나아가야 할 방향을 더욱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사회적 가치를 증명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일을 한다고 믿더라도 객관적인 근거로 입증하지 못하면 사회적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초반에는 그 과정이 다소 낯설고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과정이 우리를 더 치열하게 만들었고, 더 나은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게 한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성공했을까요. 실패했을까요. 아니면 망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 걸까요.
분명한 것은 아직 어느 쪽도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지난 10년을 도움닫기 삼아 더 높이, 더 멀리, 더 빠르게 나아가려 합니다.
이동은 단순히 장소를 옮기는 일이 아닙니다. 더 건강하기 위해 병원을 가는 일이고, 더 행복하기 위해 손주를 만나러 가는 일이며,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해 일터로 향하는 길입니다. 리베라빗은 앞으로도 그런 평범하지만 가장 소중한 일상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업으로 남고 싶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길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어느날 문득 우리 곁에 다가온 봄처럼 꽃을 피우리라는 겁니다. 강산이 변할 만큼 거창한 변화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뒷산의 풍경 쯤은 달라졌다는 걸 알아챌 수 있도록. 리베라빗은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의 이동을 가능하게 하고, 더 많은 가능성을 연결하는 기업으로 걸어가겠습니다.
리베라빗 대표이사 원영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