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단의 격차를 줄이는 기술, 시장이 보상하지 않는 가치를 측정하다
의료기술의 발전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그 혜택을 동등하게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의료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중저소득 국가에서는 전문 인력과 장비, 검사 환경의 제약으로 인해 정확한 진단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진단은 치료의 출발점입니다. 그러나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달라진다면, 이는 곧 의료접근성의 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노을(noul)’은 이러한 ‘진단의 격차’에 주목해 출발한 소셜 미션 벤처입니다.
지난 10년간 혈액 및 암 진단 분야의 글로벌 의료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해왔으며, 실험실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도록 기술의 장벽을 낮추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혈액 샘플의 전처리부터 결과 판독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한 On-Device AI 진단 플랫폼 마이랩(miLab™)입니다.
노을이 기술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단순히 새로운 진단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진단의 수준이 달라지는 문제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 이 질문은 노을의 기술 개발뿐 아니라 사업 전략과 임팩트 측정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 진단의 격차를 줄이는 기술, miLab™
miLab™은 검체의 특성에 맞춰 혈액 및 조직 분야에 특화된 두 가지 디바이스 라인업을 갖추고 있습니다. 각 디바이스에서 카트리지 교체만으로 말라리아(MAL), 혈액 분석(BCM), 자궁경부암(CER) 등 다양한 검사를 수행할 수 있으며, 향후 면역병리, 세포 치료 모니터링, 유방암 등 인접 진단 영역으로도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miLab™ 제품 구성]
▲ 출처 : 2025-2026 노을 지속가능성 보고서(sustainability.noul.com/ko)
노을이 지향하는 것은 의료서비스를 제공자가 현장에 더 가까운 곳에서,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더 정확한 진단검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독창적인 탈중앙화 솔루션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입니다. 노을의 제품과 서비스가 확산될수록 전 세계 각 지역에서 의료기관과 보건의료시스템 전반의 진단 역량이 강화되고, 이를 통해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의 의료접근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향성은 노을의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에도 담겨 있습니다. 노을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사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비즈니스 가치와 사회·환경적 가치가 서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성장 구조 안에서 함께 창출되는 모델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노을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

▲ 출처 : 2025-2026 노을 지속가능성 보고서(sustainability.noul.com/ko)
이처럼 비즈니스의 성장과 사회·환경적 가치 창출을 함께 추구한다면, 중요한 과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노을의 사업이 실제로 어떤 사회·환경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측정하고 설명하는 것입니다.
| 사회적 가치를 ‘좋은 의도’에서 ‘측정 가능한 성과’로
노을이 사회성과인센티브(SPC)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도 이러한 고민과 맞닿아 있습니다.
노을은 제품별 임팩트 지표와 측정 기준 정립의 필요성이 높아진 시기에 사회적가치연구원의 사회성과인센티브(SPC) 9기 모집 공고를 접했습니다. 사회적 가치가 기업의 미션에만 머무르지 않고 객관적으로 측정되고 관리되는 성과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측정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계기로 SPC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2024년, SPC 연구원과 노을의 사회· 환경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기준을 수립했습니다. 이 과정에는 지속가능성, 비즈니스, 재무 등 여러 부서가 함께 참여했습니다. 각 부서가 보유한 자료와 관점을 연결하고, 어떤 활동이 실제 사회·환경적 성과로 이어지는지 살펴보면서 측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나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노을 크게 두 가지 영역의 성과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중저소득 국가를 대상으로 한 사회서비스 성과입니다. 의료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miLab™을 보급함으로써 필요한 진단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성과를 측정합니다. 두 번째는 원천기술인 고체염색기술(NGSI™)을 통한 자원소비 절감 성과와 비재생물질이 야기하는 환경오염 저감 성과입니다.
이 과정에서 임팩트 측정은 단순히 성과를 숫자로 환산하는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노을의 사업이 실제로 어떤 사회·환경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그 성과를 기업 내부와 외부의 이해관계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 유사 제품이 없는 시장에서 임팩트를 측정하는 법
측정 기준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시장 평균 가격을 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때는 시장에서 유사한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기준으로 성과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miLab™은 샘플 프렙부터 이미징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디지털현미경 플랫폼으로서, 당시 시장에서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유사 제품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노을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불의사 가격 추정 방법을 적용하여 miLab™이 제공하는 가치에 대해 이용자가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를 추정해 사회적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기술이라면, 그 기술이 만들어내는 가치 역시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숫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사업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가장 타당하게 설명할 수 있는 측정 기준을 찾아가는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노을에게 임팩트 측정이 왜 필요한지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측정의 목적은 성과를 그럴듯한 숫자로 표현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그 변화가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 측정은 숫자를 넘어 조직의 언어가 되었다
SPC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변화는 측정 결과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특히 2025년 노을이 처음으로 SPC 인센티브를 받은 뒤 진행된 전사 타운홀 미팅은 그 의미를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노을은 이 자리에서 SPC 프로젝트의 취지와 회사가 만들어내고 있는 사회·환경적 가치, 그리고 인센티브가 갖는 의미를 구성원들에게 소개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성과는 특정 부서만의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중저소득 국가 대상으로 miLab™을 판매·보급하기 위해 제품 개발, 품질, 제조, 인허가, 시장 진출 등 각 부서에서 함께 수고한 결과로 의미있는 성과를 인정 받게되어 노을 경영진과 구성원 모두에게 뜻깊은 순간이었습니다.
또한, 2025-2026 노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는 지난 한 해 동안의 임팩트 성과를 강조하는 세션이 신설되어 가장 첫 번째로 사회성과인센티브 프로젝트 결과를 이해관계자에게 공시하였습니다. 아울러 SPC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로 매년 중저소득 국가 대상으로 miLab™ 보급 수를 측정하여 이해관계자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 출처 : 2025-2026 노을 지속가능성 보고서(sustainability.noul.com/ko)
| 시장이 보상하지 않는 가치에 주목하다
노을의 miLab™ 진출 국가를 소득 수준별로 살펴보면 고소득국 47%, 중상위소득국 31%, 중저소득국 22%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노을이 사회적 미션을 바탕으로 추진하고 있는 말라리아 진단 사업의 주요 대상은 의료접근성 제약이 가장 큰 중저소득 국가입니다.
이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객인 의료기관이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가격(Affordability)으로 필요한 진단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가가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됩니다.
중저소득 국가에 진단기술을 보급하는 과정에서는 시장의 가격기구와 기존 제도만으로는 충분히 보상하기 어려운 사회적 성과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진단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환자와 의료기관, 지역사회에 중요한 가치를 만들어내지만, 이러한 가치를 제품의 시장가격만으로 온전히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노을이 SPC 프로젝트를 통해 주목한 것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시장 가격만으로는 충분히 보상되지 않는 사회적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미보상 성과’를 측정하고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SPC 프로젝트는 노을이 miLab™ 보급을 통해 만들어내는 사회적 가치를 데이터로 측정하고, 이를 기업의 성과로 설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회적 미션이 단순한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성과로 전환된 것입니다.
| 측정은 끝이 아니라 더 나은 성과를 위한 출발점
노을에게 임팩트 측정은 성과를 증명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가 아닙니다. 오히려 앞으로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가기 위한 출발점에 가깝습니다.
어떤 지역에서 더 많은 진단 접근성이 필요한지, 기술을 통해 어떤 변화가 만들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사회와 환경에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를 지속적으로 측정해야 다음 단계의 의사결정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노을이 바라보는 지속가능성은 비즈니스 성장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별개의 목표로 두지 않습니다.
진단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사회·환경적 가치가 다시 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노을이 10억 명의 삶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노을은 사회·환경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하면서, 시장이 미처 가격으로 담아내지 못하는 가치까지 발견해 나가고자 합니다.
노을 Sustainability Cell 리더 이은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