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 ON]
SPC 인센티브 종료 그 후, 그들의 가치는 여전히 켜져(ON) 있을까요?
3년간의 성과 보상, 그리고 졸업.
지원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넘어, 더 넓은 시장으로 나아간 기업들이 있습니다.
서류상의 숫자를 넘어, 땀 냄새나는 현장에서 확인한 '진짜' 변화의 기록.
[현장:ON]이 SPC 졸업 기업의 '오늘'을 만나러 갑니다.
[현장:ON] ① 교육 지원과 일자리를 잇는 기업 맘이랜서 “SPC는 트랙을 벗어나지 않게 해준 나침반이다”
[현장:ON] ② 종이로 가구를 만드는 기업 페이퍼팝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
[현장:ON] ③ 협동으로 만든 동물병원, 우리동생이 증명한 돌봄의 가치 “SPC는 우리의 가치를 처음으로 숫자로 인정해준 경험이었다”
[현장:ON] ④ 지역을 살리는 여행에서 기부 플랫폼까지, 공감만세가 만든 연결의 힘

봄빛이 따뜻했던 날, CSES가 찾아간 곳은 서울 마포구의 한 동물병원이었습니다. ⬛ 국내 유일의 사회적협동조합형 동물병원인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이하 우리동생)’. 약 2,500명의 조합원이 병원의 운영 방향과 지역사회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동물의료의 공공적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는 곳입니다.

우리동생은 사회성과인센티브(SPC) 4기 참여기업으로 예방의료, 구조동물 지원, 취약계층 반려동물 돌봄 등의 활동을 사회적 가치로 측정해 왔습니다. 이를 통해 ‘신뢰 기반의 동물의료’가 지역사회에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 꾸준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CSES는 우리동생의 김현주 사무국장을 만나 협동과 신뢰로 이어온 13년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우리 방식의 신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Q. ‘우리동생’은 어떤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나요?
우리동생이 설립 되기 전인 2012~2013년은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던 시기였습니다. 동시에 보호자들의 진료에 대한 불안과 정보 비대칭 문제도 커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당시에는 “동물병원 진료비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했고, 보호자와 수의사 사이에는 정보의 격차에서 오는 불신이 존재했던 것 같습니다.
김현주 사무국장은 우리동생의 시작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 스스로 병원을 만들면, 우리 방식의 신뢰 구조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서 출발했어요”
공공보험 체계가 있는 사람 의료와 달리, 동물의료는 보호자 입장에서 불안감을 해소할 장치가 상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협동조합이라는 구조를 통해 보호자와 의료진이 함께 고민하고, 함께 병원을 만들어가자는 뜻이 모였습니다.
동시에 당시에는 반려묘 보호자 커뮤니티가 활발하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함께 돌보고 배우며 서로 도움을 주는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바람도 컸습니다. 유기동물과 길동물을 돕고 싶다는 마음까지 더해져, 마포의 작은 시민단체에서 우리동생이 시작되었습니다.

"가격 경쟁이 아니라 신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Q. 협동조합형 동물병원을 만든다는 건 어떤 도전이었나요?
우리동생이 출범할 당시만 해도 협동조합기본법이 막 시행된 직후였습니다. 모든 과정이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습니다.
초창기에는 “엄청 저렴한 병원을 만들려는 거냐”, “수의사가 아닌 사람이 운영하는 것 아니냐” 같은 오해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동생이 만들고자 했던것은 단순한 ‘저가 병원’이 아니었습니다. 보호자와 병원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고 이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현재 우리 동생은 일반 진료 수가는 지역 기준을 고려해 운영하고 있고, 조합원에게는 조합원 수가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가격 경쟁이 아니라 신뢰라고 김 사무국장은 강조합니다. “조합원분들이 가장 많이 말씀하시는 장점은 안정감이에요. 필요하지 않은 진료를 일부러 권하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죠.” 그 신뢰야말로 우리동생이 가장 소중하게 지켜온 자산입니다.


"뜻을 함께할 수의사를 찾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Q. 병원을 개원하기까지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우리동생은 처음 100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약 1,000명의 조합원이 모였을 때 비로소 병원을 개원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약 2,500명의 조합원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개원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협동조합의 가치에 공감하는 수의사 선생님들을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협동조합형 동물병원이라는 모델 자체가 매우 낯설었기 때문입니다. 공개 구인도 하고 여러 소개를 받으며 어렵게 인연을 이어갔고, 그렇게 2015년 병원을 열 수 있었습니다.
김 사무국장은 무엇보다 병원의 철학과 체계를 함께 만들어준 의료진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수의사 업계 안에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좋은 의료 서비스를 지역사회에 만들고 싶다는 뜻에 공감해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동생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SPC는 우리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됐습니다"
Q. SPC 참여는 우리동생에 어떤 질문을 던졌나요?
처음 SPC(사회성과인센티브) 사업에 참여했을 때 가장 어려웠던 건 “동물의료의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였습니다. 대부분의 사회서비스 지표는 사람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에, 동물을 대상으로 한 의료 서비스의 가치를 어떤 기준으로 증명해야 할지부터 고민해야 했습니다.
우리동생은 연구원과 논의를 거쳐 예방접종, 건강검진, 중성화 지원 같은 예방적 의료 효과와 유기동물 의료지원, 취약계층 반려동물 돌봄, 가정방문 교육 활동 등을 주요 지표로 정리해 나갔습니다. 특히 돌봄 영역은 수치화와 증빙이 쉽지 않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오히려 우리가 어떤 가치를 만들고 있는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해온 일이 사회적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구나.” 그 경험 자체가 조직에는 굉장히 큰 의미였습니다.

"막연했던 가치가 설명 가능한 언어가 됐습니다"
Q. 사회적 가치 측정은 조직을 어떻게 변화시켰나요?
우리동생은 조합원들에게 끊임없이 설명해야 하는 조직입니다. 조합원이 운영자이자 이용자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SPC를 통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조직의 가치를 ‘설득 가능한 언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는 막연하게 느껴졌던 가치들이 기록과 수치로 정리되면서 조합원들과 더 깊이 공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동생은 관련 내용을 총회 자료에도 꾸준히 공유하고 있으며, 지금은 자체적인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 기록체계를 발전시켜 꾸준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객관화된 수치는 외부 기관과 협력할 때도 큰 신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무엇보다 인센티브는 단순한 재정 지원 이상의 의미가 있었는데요, 운영이 어려운 조직에게 “계속 해보라”는 응원처럼 느껴졌고, 쉽게 시도하지 못했던 의료 인프라나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더 오래 지속되는 돌봄의 울타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Q. 우리동생이 앞으로 만들고 싶은 다음 임팩트는 무엇인가요?
이제는 단순히 “얼마나 많이 지원했는가”를 넘어,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의료나눔이 지역사회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구조 활동 이후 동물과 보호자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까지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구조한 아기 고양이의 임시보호 활동에도 사회적 가치 측정 방식을 적용해 보고 있습니다. 우리의 활동을 기록하고 증명하는 과정 자체가 곧 조직의 미션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 준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우리동생이 꿈꾸는 다음 임팩트는 거창한 확장이 아닙니다. 멈추지 않고, 더 오래 지속되는 것. 그리고 우리가 만드는 신뢰가 지역사회 안에서 더 단단한 울타리가 되는 것입니다.


▲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고양이들 ( 입양은 우리동생 사무국으로 문의 주세요)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위해, 우리동생은 오늘도 신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동물의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협동으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은 이제 지역사회 안에서 의미 있는 사회적 가치로 확장되고 있으며, 그 가능성 또한 조금씩 증명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동생이 만들어갈 더 많은 변화와 연결, 그리고 따뜻한 돌봄의 가치가 더 넓은 사회로 퍼져나가길 기대하며 그 여정을 응원합니다.
※ 조합 가입 안내 홈페이지 참고 http://animalscoop.co.kr/
※ 우리동생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animals_coop

* 인터뷰 : CSES 홍보팀
* 사진 촬영 : 소셜 섹터 전문 사진작가 조태현 | 비욘드 더 포토 @beyondthephoto_meet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