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나 지속 가능한, 누구나 포용 가능한: ‘문화 이동성’ 개념 재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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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그저 '덧없는 것'으로 치부되지 않도록, 나아가 '쓸모있는 것'이 될 수 있도록 미술과 사회의 교차점에 대해 연구합니다. 현대미술은 사회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는 작품이더라도 실제로는 사회와 긴밀히 맞닿아 있고, 종종 특정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도 합니다. 저는 미학적 가치를 단순히 발견하는 것을 넘어,

연구 기간 2022

예술이 그저 '덧없는 것'으로 치부되지 않도록, 나아가 '쓸모있는 것'이 될 수 있도록 미술과 사회의 교차점에 대해 연구합니다.
현대미술은 사회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는 작품이더라도 실제로는 사회와 긴밀히 맞닿아 있고, 종종 특정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도 합니다.
저는 미학적 가치를 단순히 발견하는 것을 넘어, 작품 속 사회적 가치를 동시대에 적합한 언어로 전달하는 연구자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지난 2021년, 본 연구자는 사회적가치연구원 4기 펠로우십을 통해 <덧없는 것을 지속하기 위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미술 실천>이라는 주제의 연구를 진행하고 동명의 미술 평론을 비평 잡지 Gravity Effect 7호에 발표하였습니다. 이번 5기 펠로우십에서는 미술 분야에서의 ‘지속가능성’ 고찰에 ‘포용성’의 개념을 추가함으로써 ‘문화 이동성(cultural mobility)’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여, 그 담론을 확장 및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아시아-유럽 재단(Asia-Europe Foundation)의 Virtual360 Konnect – Emerging Arts Leaders Residency 사업에 선발되어 온라인 레지던시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이때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란 예술가들에게 작업을 위한 시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서 이질적 문화 속 소통과 교류를 가능케 하는 미술 제도를 의미합니다. 저는 <Art Residencies in the Pandemic Era (팬데믹 시대의 예술 레지던시)>라는 주제 아래 공동 연구를 진행하였고, 이 과정에서 ‘해외 예술가를 특정 국가의 기관에 초대하고, 일정 기간 작업을 진행한 뒤 전시로 레지던시 결과를 선보이는’ 일련의 기존 레지던시 형식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일례로, 삿포로 텐진야마 아트 스튜디오 레지던시는 인류의 전체 역사가 ‘이주/이동’과 관련이 있다는 점, 그리고 멀리 여행하는 데 언제나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항공 비행이 없는 레지던시 형태를 고안하였습니다. 즉, 각 참가자가 삿포로까지 도착하는 과정을 60일간의 레지던시로 두고, 그 이동 프로세스 자체를 창의적 예술 활동으로 승화시키는 시도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의 한 갤러리는 인스타그램 가상 공간을 레지던시의 플랫폼으로 삼아 디지털 작업 중심의 작가들을 ‘인스타그램 전시’에 초청합니다. 이러한 사례연구를 통해 저는 아래와 같은 두 가지 문제의식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1. 예술가들의 이동은 국경을 넘어야만 온전히 기능하는가?

앞서 언급하였듯이, 예술가들은 종종 전 세계 곳곳에 있는 국제 레지던시에 참여하며 다양한 문화권에서 작업 및 전시 활동을 지속합니다. 새로운 장소에서의 영감은 창조의 밑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예술 분야의 문화 이동성 고취는 현 시대의 중점적인 사안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실제로 세계화 이후 미술가들은 ‘현대판 유목민’이 되어 국경을 넘나들고, 다른 도시로 이주하며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미술사학자 Miwon Kwon이 짚은 바와 같이 오늘날 성공한 미술가의 시금석은 항공사의 누적 마일리지로 간단하게 판가름할 수 있을지도 모르며, 이것이야말로 성공한 작가의 지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는 비행과 운송으로 인한 탄소 발자국의 문제가 언제나 수반됩니다. 이에 ‘이동성’은 언제나 국경을 직접 넘어야만 가능해지는 것인지 고찰해보고자 합니다. 높은 문화 이동성과 환경 및 생태 보호는 과연 양립 불가능한 개념일까요? 현대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팬데믹 문제와 같이 이동이 금지된, 혹은 이동이 위험해진 상황이 아니더라도 가상 공간을 기반으로 하거나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예술가의 이동성은 충분히 보장될 수 있지 않을까요?

2. 이동의 과정은 누구에게나 평등한가? 모두를 포용하는가?

예술가의 이동은 일반적으로 물리적 방식에 머물러 있습니다. 여기에서 재고찰이 필요한 지점은 예술가의 범주에서도 소외되는 이들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즉, 장애 예술가나 난민 예술가를 포용하지 못한다는 점이 그간 문화 이동성이 간과하거나 배제해온 부분입니다. 이들에게 있어 기존 이동의 방식은 본래 의도와 달리 평등하지 않으며, 나아가 폭력적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의 예술가들은 어떻게 ‘이동’해야 평등한 기회를 갖게 될까요? 그 누구도 실제로는 이동하지 않고 메타버스 등 가상 세계에서 레지던시를 진행한다면 어떨까요? 형평성과 포용성, 나아가 다양성을 약간이나마 담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전지구적 상황으로 인해 일종의 실험적 형식으로 등장했던 온라인 기반 예술 활동은 앞으로도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를 살아갈 모두에게 서로의 존재를 쉼 없이 확인하면서도 매초 지구 곳곳에 닿는 정보를 습득해나가는 유일한 방법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고민을 통해 시대의 급류가 평등과 포용이라는 개념을 현실화 및 다층화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을지 묻고자 합니다.

저에게 있어 미술이란 인간의 삶과 경험, 그리고 역사가 담긴 그릇입니다. 마치 박물관의 유물이 그러하듯이, 언젠가 동시대의 미술 또한 사회를 읽어내는 문화유산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지금, 이곳'에서의 작은 행동이 불러일으키게 될 거대한 물결을 믿습니다.
이를 실천하고자 학계와 현장을 연결하고, 연구에 있어 하나의 시각에만 머무르지 않기 위해 다각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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