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2026년 사회연대경제, 경쟁적 자생이 아닌 지속가능한 자립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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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연대경제기본법’은 한국 사회에서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논의되어 온 법안입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다양한 조직을 포괄해 사회연대경제 조직의 활동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공공의 역할과 지원체계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로 여러 차례 발의와 논의를 거쳤습니다.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됐지만, 법안은 제도화 단계로 나아가지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은 한국 사회에서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논의되어 온 법안입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다양한 조직을 포괄해 사회연대경제 조직의 활동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공공의 역할과 지원체계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로 여러 차례 발의와 논의를 거쳤습니다.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됐지만, 법안은 제도화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 채 장기간 계류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양극화와 기후위기, 지역 소멸 등의 구조적 문제가 일상에서 점점 더 선명하게 체감되고 있다는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회연대경제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하나의 대안적 실천 모델로 기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다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도화 논의가 재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사회연대경제의 미래를 낙관하기에는 그간의 경험이 남긴 교훈이 적지 않습니다.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이 오랜 시간 논의에만 머물러 왔던 이유는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오가는 여러 쟁점을 크게 다음과 같이 세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사회연대경제의 범위와 정체성에 대한 합의 부족 문제입니다. 무엇을 사회연대경제로 부를 것인지,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는 어디까지로 설정할 것인지, 사회적 가치의 기준은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사회연대경제를 넓게 정의할수록 정책의 포괄성은 커지지만, 동시에 행정적 관리와 재정적 책임에 대한 부담 역시 커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둘째, 정책 추진 체계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은 각기 다른 제도와 행정 체계 속에서 운영되어 왔고, 그 과정에서 정책의 일관성과 현장 체감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도적 틀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조정되고 운영될 것인지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연대경제를 바라보는 사회적·정치적 인식의 문제입니다. 사회연대경제가 공공 재정에 의존하는 영역이라는 시선, 즉 시장 경쟁의 원리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는 오랫동안 반복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사회연대경제에 대한 정책 논의를 쉽게 ‘지원 확대 대 재정 부담’이라는 단순한 구도로 환원시키며, 제도의 필요성과 본질적 가치에 대한 논의를 가로막아 왔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맥락 속에서, 사회연대경제 영역은 최근 몇 년간 상당한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지원 규모가 조정되었고, 이는 현장 조직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지원이 대폭 줄었던 시기에는 많은 조직이 인건비와 운영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고, 일부는 사업 축소나 구조조정을 고민하는 목소리도 제법 들려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회연대경제 내부에서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스스로 설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가.’

그동안 사회연대경제 논의에서는 ‘자생력’이라는 표현이 빈번하게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자생을 경쟁의 결과로만 이해할 경우, 경쟁에서 살아남은 조직만을 효율적이고 건강한 조직으로 간주하는 오해를 낳기 쉽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사회연대경제가 지향해 온 핵심 가치, 즉 취약한 영역과 주체를 사회적으로 보호하고 상호 연대를 통해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목적에 긴장감을 형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자립’이라는 개념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립은 단순히 지원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초기에는 공공과 사회가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되, 조직이 역량을 축적하고 관계를 확장하며 점차 스스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도록 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생이 결과 중심의 개념이라면, 자립은 과정 중심의 개념입니다. 자생이 방치에 가깝다면, 자립은 재배와 성장에 가깝습니다.

사회연대경제 역시 이제 이러한 자립의 관점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제도화와 지원은 분명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목적이 되는 순간, 사회연대경제는 다시 정책 변화에 따라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원을 전제로 설계된 사업 구조, 단기 성과 중심의 운영 방식,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한 조직 구조는 반복적인 위기를 낳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회연대경제 내부의 보다 성숙한 자기 점검입니다. 각 조직은 자신의 사업 모델이 사회적 가치와 함께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는 얼마나 안정적인지, 다른 조직과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 비용과 위험을 분산시키고 있는지 재차 질문해야 합니다. 자립은 개별 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연대경제 생태계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연대경제가 더 이상 사회적·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도 그 해답은 자립에 있습니다. 결과와 사례로 증명되는 영역은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을 때, 사회연대경제는 비로소 한국사회 안에서 굳건한 신뢰를 획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26년을 막 시작한 지금은 사회연대경제가 잠시 숨을 고르는 시기를 넘어,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법과 제도는 중요한 밑그림이 될 수 있지만, 그 위에 어떤 색색을 채울지는 결국 현장의 몫이니까요. 지속가능한 사회를 지향하는 사회연대경제라면 이제는 지원을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서는 주체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아름다운가게 미래전략팀 팀장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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