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ON] ②편 - 우리는 왜 ‘착함’을 숫자로 만들었을까? (비타민엔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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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 ON] SPC 졸업, 그 이후의 이야기 인센티브의 마침표는 찍었지만, 기업의 가치는 계속 흐릅니다. 3년의 사회성과인센티브(SPC) 프로젝트를 졸업한 이후, 기업들은 지금 어디에 서 있을까요. [가치:ON] 시리즈에서는 SPC 졸업 기업들의 ‘그 이후’를 들려드립니다. 이 시리즈는 SPC 졸업 기업들이 프로젝트를 통해 만든 사회성과를 전략으로 전

[가치 : ON] SPC 졸업, 그 이후의 이야기

인센티브의 마침표는 찍었지만, 기업의 가치는 계속 흐릅니다.

3년의 사회성과인센티브(SPC) 프로젝트를 졸업한 이후, 기업들은 지금 어디에 서 있을까요.

[가치:ON] 시리즈에서는 SPC 졸업 기업들의 ‘그 이후’를 들려드립니다.


이 시리즈는 SPC 졸업 기업들이 프로젝트를 통해 만든 사회성과를 전략으로 전환하고, 조직과 사업 전반에 어떤 변화를 이어가고 있는지를 기록합니다.

숫자로 다 전하지 못한 치열한 고민과 단단한 다짐. 그리고 지금도 진행 중인 각 기업의 ‘다음 장’을 따라갑니다.

[가치:ON] ②편 - 우리는 왜 '착함'을 숫자로 만들었을까?

한때 착한 소비 마케팅 열풍이 불었다. 콧대 높은 명품 업계도 예외가 아닐 정도였다. 비타민엔젤스는 2013년 “당신이 건강해지는 만큼 세상도 건강해집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비타민 하나를 팔면 비타민 하나를 기부하는 착한 기업으로 시작했다. 진심이 통했는지 이내 사회적기업 인증까지 받으며 조금씩 성장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착한 기업에게 후한만큼 착한 “척” 하는 기업에겐 매서웠다. 역풍을 피하려면 비타민엔젤스는 입증해 내야 했다. 좋은 제품을 착한 가격에 팔고 기부까지 한다고 말로만 할 게 아니었다. 기부금 영수증을 내밀며 법적 증빙을 마쳤다고 안심할 게 아니었다. 우리 스스로도 비타민을 기부한 것이 어떤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는지, 꼭 필요한 사람에게 잘 전달이 됐는지 확신이 필요했다.

설득에 숫자보다 강한 것이 있을까? 현실에서 우리가 착한 의도와 정성으로 버텨온 현장을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로 정량화하는 일은 쉽지 않았고 달갑지도 않았다. 우리의 가치를 숫자로 말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불편했다. 그러나 더는 미룰 수 없을 만큼, 우리는 절실한 지점에 와 있었다. 그때 우연히(라고 쓰지만 운명처럼) 사회성과인센티브(SPC) 프로젝트를 알게 됐다. 2016년 봄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창출한 사회적 가치는 화폐 가치로 측정되었고, 그 측정값에 따라 현금 인센티브가 지급됐다. 실제로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값졌던 것은 외부 전문기관의 측정 과정을 거쳤다는 사실이 주는 자신감과 당당함이었다. 그것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이었다.우리는 같은 해 국내 최대 사회공헌 네트워크인 SK 행복얼라이언스 원년 멤버사로 참여했고, 얼마 뒤 두레생협이란 든든한 오프라인 판매망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다 코로나가 닥쳤다.

초반, SPC 프로젝트 인센티브는 현장에서 애써온 직원들의 보상에 가장 크게 쓰였지만, 기업의 존망이 불투명해진 위기 앞에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했다.

경영 현장에서 자주 인용되는 문장이 있다. “측정하지 못하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 그 말이 이때처럼 가슴에 와닿을 때가 없었다. 몇 년간의 SPC 측정결과와 재무제표, 매출자료 등을 뜯어보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일단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곳에 기부부터 하고 보자고 했겠지만,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 시국에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는 모험은 우리에게도, 기부처에도 좋은 선택일 수 없었다. 기부를 위해선 매출이 필요한데 매출을 늘리려면 제품력을 키우고 신제품 출시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불필요한 판촉은 줄이고 사회공헌에 진심인 기업들과의 협업을 늘려갔다. 그해 목표 매출과 창출할 사회적가치를 미리 계산한 뒤 다음 해에 받을 인센티브를 통한 현금흐름까지 고려해 의사결정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진행했다.

인센티브의 마중물로서의 역할을 여실히 증명했고, 실제로 코로나가 가장 극심했던 기간 동안 제품 개선과 신제품 출시가 총 5건이나 진행됐다. 여기에 행복얼라이언스와의 협업은 결정적이었다. ‘어디에, 누구에게, 어떻게’를 더 정확히 볼 수 있게 도와줬다. 행복얼라이언스가 구축해온 네트워크와 전달 체계 덕분에 기부 대상을 세밀하게 타깃팅 할 수 있었고, 지자체 연계까지 더해지면서 기부의 규모와 속도도 눈에 띄게 올라갔다. 결과적으로 코로나 기간 동안 기부 총액과 증가폭이 가장 컸다. SPC를 통해 측정된 사회적 가치 데이터는 그 변화가 ‘느낌’이 아니라 ‘수치’로 확인되는 순간을 만들어준, 유용하고 강력한 근거였다.

가치:ON - SPC 졸업 이후?

SPC를 졸업한 지 몇 년이 흐른 지금 사회적 가치를 측정한다는 개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지자체는 물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는 매년 SVI를 측정해 사회적 경제의 주요 지표로 삼고 있다. 비타민엔젤스 역시 SPC 경험을 발판 삼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SVI에도 도전했다. 솔직히 결과는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 경험은 오히려 중요한 질문을 남겼다. ‘우리는 좋은 일을 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좋은 일을 관리 가능한 구조로 운영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그래서 SPC 기간 동안 쌓아온 자료를 ‘보고서용 폴더’가 아니라 증빙의 언어로 다시 바꾸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기부처별·지역별 전달 데이터를 한 곳에 모으고, 협업 캠페인마다 증빙 체크리스트를 표준화했다. SVI의 점수는 아쉬웠지만, 그 덕분에 우리가 보완해야 할 운영의 빈틈이 선명해졌다.

과거에는 ‘기부는 기부대로’, ‘사업은 사업대로’ 움직였다면, 지금은 축적된 데이터가 과거의 성과가 아니라 다음 사업의 재료가 된다. 우리가 잘하는 건 무엇이고, 어떤 파트너십이 기부의 사각지대를 줄이면서 지속가능성은 높일지, 그로 인한 변화는 또 어떻게 측정할지 등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흥미로운 지점은 비타민엔젤스뿐만 아니라 사회연대경제 영역에 속한 많은 기업이 동일한 변화 과정을 겪고 있기에 사회적 가치 측정은 새로운 파트너십의 공통 언어가 됐다는 사실이다. 두레생협과의 동행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비타민엔젤스에게 두레생협은 단순 판매 채널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파트너십을 확장시키는 허브 그 자체다. 애초에 두레생협은 조합원과 생산자가 함께 지역의 필요를 해결하는 협동조합 네트워크이고, 그 안에서 조합원의 소비는 단순 구매가 아니라 공동체를 지탱하는 선택이 된다. 비타민엔젤스는 두레생협 조합원이 비타민을 구매하면 그에 상응하는 비타민을 두레생협이 직접 선택한 기관 등에 전달함으로써 구매가 곧 지역 취약계층 지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이렇게 축적해온 사회적 가치 데이터는 지금도 두레생협과 어느 지역에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방식이 실제 도달을 높이는지 등을 더 촘촘하게 설계하는 기준으로 쓰이고 있다.

비타민엔젤스는 현재까지 약 121억 원 상당의 비타민 107만여 개를 기부했다. 한때는 우리가 얼마나 기부했는지가 관심의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래서, 얼마나 바뀌었나요?” 결국 우리의 장기 미션은 ‘더 많이’가 아니라 ‘더 정확히, 더 오래, 더 필요한 곳에’ 닿게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SPC 참여를 고민하는 기업에게 감히 한마디 드린다면, 측정은 ‘외부 제출용’이 아니라 ‘내부 의사결정용’으로 설계하시길 권해드린다. 인센티브보다 더 큰 자산은 졸업 후에도 남는 사회적 가치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쌓아온 데이터와 협업의 경험이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사회문제를 ‘비용’이 아니라 ‘성과’로 다루는 데 작은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

비타민엔젤스 사업개발팀 팀장 송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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